울산 지방부 호계 지부 박철준 형제, 그의 외할머니 조세정 자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전임 선교사로서 봉사하던 2017년 어느 가을, 나는 잠자리에 들기 전 여느 때처럼 조용한 침실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렸다. 하루에 대한 감사를 시작으로 구도자들에 대한 축복을 간구하던 중 나는 문득 한국에 계신 외할머니께 연락을 드려야 한다는 강한 느낌을 받게 되었다. 선교 사업 중 가족에게 연락하는 것은 선교사 규칙을 어기는 것이기에 그 느낌이 의아했다. 하지만 기도를 드리는 중에 그 느낌은 점점 더 강해졌다. 더욱이 할머니께 연락을 드려 복음을 나누어야 한다는 생각이 분명하게 떠올랐다.
할머니 독실한 불교 신자로, 우리 가족이 오래전부터 여러 차례 교회에 초대했지만 단 한 번도 응하신 적이 없었다. 게다가 할머니는 다른 불교 신도들과의 사교 모임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었다. 할머니께 개종이란 곧 생활 전반의 큰 변화를 의미했다. 그렇지만 나는 성신의 인도에 순종하기로 결심했다. 날이 밝자마자 선교부 회장님께 지난 밤 주어진 개인적인 계시에 대해 말씀드렸다. 그분은 내가 받은 계시를 존중해주었고 할머니와의 연락을 허락하셨다.
나는 인터넷 화상 전화로 외할머니께 연락을 드렸다. 손자의 뜻밖의 연락에 할머니는 마냥 기뻐했다. 안부 인사를 전한 뒤 나는 할머니께 회복된 복음을 공부해보시지 않겠냐는 권유를 전했다. 할머니께서는 놀랍게도 복음 메시지를 들어보고 싶다고 하셨다! 우리 가족이 지치지 않고 보여준 사랑과 지지로 할머니의 마음은 조금씩 준비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고민스러운 점이 있었다. 사실 할머니 는 수화로 소통해야만 하는 청각장애인이기 때문이었다. 기본적인 대화는 가능했지만, 복음 원리와 간증을 화상 전화를 통해 수화로 전달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할머니에게 회복된 복음을 명확하게 가르치기 위해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며칠 뒤,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이 한국에서 전해져 왔다. 아버지는 지부로 이동 온 새로운 선교사들과 식사를 하던 중 “부산 선교부에 수화가 가능한 선교사님이 계신가요?”라고 물어보았다고 했다. 식사 중이던 한 장로님은 잠깐 말을 멈추고 무슨 일인지 되물었고 할머니의 상황을 전해 들었다. 그리고 그 장로님은 이렇게 대답했다.
“형제님, 제가 수화를 할 수 있습니다. 저의 부모님 또한 귀가 안 들리는 청각장애인이십니다. 오랫동안 농아 지부에서 수화 통역 봉사를 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해성 장로님은 외할머니를 만나 능숙한 수화로 복음 토론을 시작했다. 할머니는 선교사들을 직접 만나면서 그들의 순수함을 보고 복음을 향해 마음이 더욱 열리게 되었다. 나 역시 화상 전화를 이용하여 이 장로와 함께 외할머니에게 복음을 가르쳤다. 우리는 각각 지구 반대편에 있는 데다가 함께 토론을 계획할 시간도 없었지만 매 토론을 가르치는 동안 하나가 되었다. 모든 복음 토론 시간에 성신이 함께 하였고 할머니께서는 우리가 전하는 메시지를 정확히 이해하셨다. 할머니는 어린 시절 청각장애인 학교에서 예수님에 관한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그때의 평안한 느낌을 토론 중에 다시 느꼈다고 했다.
할머니가 안식일 모임에 참석할 때면 지부 회원들은 간단한 수화를 배워 할머니에게 인사하고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할머니가 몸이 편찮으셨던 날에 회원들은 수화로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영상을 촬영해서 보내오기도 했다. 지부 회원들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에 할머니는 큰 힘을 얻었다.
할머니는 가족, 선교사, 지부 회원들의 보살핌 속에서 영적인 확신이 강해졌으며 침례를 결심하셨다. 그리고 내가 귀환한 다음 날인 2018년 5월 12일, 나는 할머니를 직접 침례 줄 수 있었다.
사실 지방부에 농아 지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주변에 수화할 수 있는 회원이 없기에 할머니가 교회에 잘 적응할지 다소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해성 장로님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까지 안식일 모임에서 단 한 사람을 위한 특별한 수화 봉사를 계속하며 할머니가 영적으로 자립하도록 도왔다. 또한 자신이 다른 지역으로 갈 것에 대비하여 우리 어머니께 교회 복음 수화 책으로 수화를 심도 있게 가르쳐주었다. 또한 지부 회원들을 대상으로 수화 교실을 열기도 했다. 이제 교회 회원들은 간단한 수화로 할머니와 소통하며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단 한 사람을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이 봉사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며 하나님의 큰 사랑을 느꼈다.
할머니가 복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시기에 마침 수화에 능숙한 선교사가 우리 지부로 이동 왔다는 사실은 정말 놀랍기 그지없는 일이다. 우리 모두를 개인적으로 알고 계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친절하신 자비’에 할머니와 우리 가족은 많은 눈물을 흘리곤 한다.(니파이전서 1:20 참조)
나는 선교 임지의 작은 방에서 느꼈던 영의 느낌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각자에 대한 계획을 갖고 계시며 우리가 성신의 속삭임에 순종할 때 삶 속에서 그분의 손길을 볼 수 있음을 간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