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속으로 – 역사와 추억의 발자취     

제 5화: 나부 성전 헌납식과 킴볼 선지자의 비전

시간 속으로 – 역사와 추억의 발자취

기사 작성일: 2021년 1월

  • 글: 김대연 (한국 교회역사위원회 전문가)
  • 일러스트레이터: 이인규 (한국 교회역사위원회)

 

우리는 먼 나라의 일을 마치 이웃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동 시간대로 보고 들을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는 자기 집 거실에서 연차 대회 말씀을, 심지어는 성찬식 말씀을 보고 들을 수 있으며, 사는 곳에 관계없이 각종 평의회도 비대면으로 진행한다.

전 세계의 교회는 이미 그렇게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동기는 45년도 더 전인 1974년, 스펜서 더블유 킴볼 회장이 지역 대표 세미나에서 발표한 비전에서 찾을 수 있다.

1. 2002년, 나부 성전 헌납식

2002년은 한국과 일본에서 월드컵이 개최된 해이다. 6월 29일 토요일, 한국은 터키와 3, 4위전을 치렀고, 6월 30일 일요일 저녁에는 브라질과 독일의 결승전이 일본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세상의 이목이 월드컵에 집중되었던 시절, 한국은 자국팀이 예상을 뛰어넘는 선전을 보이며 구름 같은 인파가 “대한민국, 대한민국”을 외쳤던 흥분이 아직 거리와 광장 곳곳에 남아 있는 듯했다.

결승전을 서너 시간 앞두고, 오후 7시가 임박한 시각이었다. 사람들은 대한민국 충청북도의 교육 도시 청주의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 청주 스테이크 센터를 향해 조용히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예배를 마치고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이 건물은 이제 다음 한 주를 조용히 기다려야 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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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크 센터에 도착한 사람들은 여느 때와 달리 입장권을 보여야만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사람들의 표정도 다른 때와 달랐다. 주차장에서는 몇몇 사람이 17년 전 서울 성전 헌납식에 대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담장 밖 거리에서는 몇 시간 뒤에 시작될 월드컵 결승전에 세상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데, 왜 이 사람들은 이날 유독 입장권을 내밀면서 교회 건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일까?

두어 달 전, 2002년 4월 연차 대회 즈음에 제일회장단은 다음 내용을 발표했다.

“(미국) 일리노이주 나부 성전 헌납식은 위성을 통해 전 세계의 스테이크 센터로 방송될 것입니다. 스테이크 센터로 중계될 헌납식에 참석하고자 하는 8세 이상의 교회 회원들은 감독 또는 지부 회장에게서 추천서를 받아야 합니다. 헌납식 첫 모임은 6월 27일 목요일 오후 6시에 방송 예정이며, 오후 8시에는 재방송이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 모임은 6월 30일 오후 5시에 방송될 것입니다.”(Ensign, 2002년 5월호, 109쪽)

나부 성전은 교회 초창기였던 1846년에 완공되어 역사상 최초로 죽은 자를 위한 의식이 집행된 곳이다. 바로 그곳이 거의 155년 만에 다시 건축되었고, 세계 곳곳의 회원들이 자신의 스테이크 센터에 앉아서 위성 방송을 통해 그 헌납식에 참석하게 된 것이다. 이번 헌납식에 참석하고자 하는 회원들은 1985년 서울 성전 헌납식 때처럼 감독의 접견을 거쳐 입장권을 발급받아야만 했다.

청주스테이크 센터와 위성 수신기
청주스테이크 센터와 위성 수신기

“첫 번째 헌납식 모임과 마지막 헌납식 모임은 2,983곳에 모인 회원들에게 인공위성을 통해 생중계되었으며 … 이번의 방송은 이전의 그 어떠한 방송보다도 더 먼 곳까지 방송되었고 … 확장된 인공위성 시스템을 통해 전에는 교회의 어떠한 인공위성 방송도 전혀 수신하지 못했던 나라들 – 일본, 한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사모아, 피지, 통가, 필리핀 제도, 홍콩, 대만, 태국, 아르헨티나, 아르메니아, 불가리아, 우크라이나, 러시아까지도 시청이 가능하도록 했다.”(리아호나, 2002년 10월호, 지역 소식, 4~7쪽)

한국에서 위성 설치 및 중계에 관여했던 관계자는 이렇게 적었다.

“저는 나부 성전 위성 중계를 위한 위성 장비 선정과 위성 전파가 잘 되는 장소를 선정하는 일을 했습니다. 위성 방송 관련 장비는 미국으로부터의 수입 통관이 어려운 시기여서 나부 성전 헌납식 예정일에 맞추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 교회 본부에서 보내 준 설치 규정을 그대로 따르고자 하는 신권 지도자들께서 위성 방송 수신 설치 준비를 협력해 주었기에 예정대로 설치할 수 있었습니다.”(리아호나, 2002년 10월호, 지역 소식, 11쪽)

위성 설비는 전문업체의 도움을 받았지만, 위성을 작동시키는 작업은 각 스테이크에서 지명되어 교육을 받은 기술 전문가가 지침에 따라 수행했다.

2. 1980년, 위성 방송의 시작

집회소
1980년에 연차 대회 송신을 위해 설치된 송신기. 왼쪽 위로 페이에트 지부 집회소 첨탑이 보인다. 이곳에서 킴볼 회장의 연차 대회 말씀이 교회 전용 채널을 통해 역사상 처음으로 솔트레이크시티 태버내클과 미국 소재 13개 스테이크 센터로 중계되었다.

인공위성을 통한 중계는 급작스럽게 이루어진 일이 아니다. 그로부터 약 20년 전인 1981년 10월 연차 대회에서 힝클리 회장이 전한 다음 말씀을 살펴보자.

“지금 우리는 미국 전역의 교회 회원을 위해 위성 통신 시설의 이용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 이 대회의 진행 과정과 연사들의 말씀이 적도 위 35,900km까지 전송됩니다. 이 전파는 증폭되어 각국의 스테이크 센터에 설치된 수신 안테나에 수신됩니다. 이와 같은 스테이크 센터는 현재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18개월 후에는 이러한 설비를 갖춘 곳이 4, 5백 개로 늘어날

것이며 미국 내의 대부분의 회원들은 … 가정이나 스테이크 센터에서 연차 대회에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과학은 더욱 편리한 방법을 선사했습니다. … 통신은 교회를 하나의 큰 가족으로 묶는 역할을 합니다.”(“신앙: 종교의 정수”, 성도의 벗, 1982년 4월호, 4쪽)

이보다 한 해 전, 1980년은 교회 조직 150주년이 되는 역사적인 해였는데, 이때도 인공위성이 활용되었다. 4월 5일 토요일, 대회 첫날 킴볼 교회 회장은 대회를 개회한 후 십이사도 정원회의 힝클리 장로 및 몇몇 역원과 함께 뉴욕주 페이에트로 이동했다. 다음날인 4월 6일, 그들은 1830년 4월 6일에 교회가 조직되었던 현장인 피터 휘트머의 농가에서 위성 방송을 통해 일요일 오전 모임을 개회하고 말씀을 전했다. 킴볼 회장의 지시에 따라 힝클리 장로는 교회 설립 150주년을 기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서 그들은 인근의 페이에트 지부 집회소로 이동하여 말씀을 전했는데, 이 모든 과정은 위성 방송을 통해 솔트레이크시티의 태버내클과 미국의 13개 스테이크 센터로 중계되었다.1

교회 사업을 위해 첨단 통신 기술인 인공위성을 이용하는 이러한 방법은 그보다 몇 년 전에 있었던 역사적인 한 모임에서 이미 그 비전이 제시되었다.

3. 1974년, “온 세상이 개종될 때”

1973년 12월 말, 해롤드 비 리 회장이 급작스레 서거한 후 스펜서 더블유 킴볼 장로가 교회 회장이 되었다. 몇 달 뒤인 1974년 4월, 선지자로서 첫 연차 대회를 맞은 스펜서 더블유 킴볼 회장은 대회 직전에 총관리 역원 전원과 지역 대표가 함께 모인 세미나에서 비전을 제시했다.

그 세미나에 참석했던 칠십인 정원회의 뱅거터 장로는 당시 킴볼 회장의 말씀이 미친 영향을 연차 대회 말씀을 통해 상기한 적이 있는데, 그는 그 모임이 마치 선지자 조셉 스미스의 사망 후 승계 문제를 놓고 1844년 8월 8일에 브리검 영과 시드니 리그돈이 회중 앞에서 말씀했을 때 브리검이 조셉의 모습으로 변형되었던 사건과 같았다고 전했다.

그 모임에서 킴볼 회장이 말씀을 마치자, 십이사도 정원회 에즈라 태프트 벤슨 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감격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킴볼 회장님, 이런 모임을 여러 해 동안 해 왔지만, 회장님이 조금 전에 하신 것과 같은 훌륭한 말씀은 처음 들어 보았습니다. 참으로 이스라엘의 선지자가 계십니다.”(“교회 역사에서의 특별한 순간”, 1977년 10월 연차 대회, 성도의 벗, 1978년 2월호, 37~40쪽 참조)

킴볼 회장의 말씀은 “온 세상이 개종될 때”라는 제목으로 성도의 벗, 1984년 9월호에 게재되었으나, 원래 말씀보다 축약되어 실렸다. 말씀 전문은 Ensign, 1974년 10월호에 “When the world will be converted”라는 제목으로 게재되어 있다.2 그 말씀에는 위성 방송과 관련하여 이런 언급이 나온다.

“세상 곳곳에서 무선 기지국을 통해 우리의 메시지를 많은 언어로 중계하고, 수백 만의 선한 사람이 … 이를 듣고 진리를 배우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생각해 보십시오.”

그는 주님께서 주신 이런 의사소통의 기적과 더불어 성도들이 선교사들을 더 많이 내보내고 부름을 받은 모든 이가 더욱더 노력한다면, 가히 다음과 같은 주님의 말씀은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실로 그 소리는 이 곳에서부터 온 세상으로, 그리고 땅 끝까지 나아가야만 하나니- 복음은 믿는 자들에게 따르는 표적과 함께 모든 피조물에게 전파되어야만 하느니라.”(교리와 성약 58:64)3

 

4. 선지자의 비전

2002년, 한국에서 미국 일리노이 나부 성전의 헌납식을 같은 시간대에 참석하는 이러한 기적은 한순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이는 복음이 대륙과 바다를 건너 세상의 모든 나라에 전해질 것이라는 선지자 조셉 스미스의 예언을 계승한 킴볼 선지자가 1974년 4월에 발표했던 비전을 교회가 다 함께 신앙으로 실현한 결과였다. 인공위성이 존재하는 목적은 바로 오래전 예수께서 승천하시기 전에 제자들에게 주신 다음 명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다.

“너희는 온 천하에 다니며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라.”(마가복음 16:15)

1981년, 선지자는 킴볼 회장의 계시에 더해 이런 여운을 남겼다.

“과학의 혜택은 더 편리한 방법을 제공해 왔습니다. 우리는 주님의 사업이 확장됨에 따라, 교회 회원이 어디에 있든지 친근하고도 직접적인 방법으로 주님의 택함받은 선지자의 권고를 들을 방법을 개발하도록 주님께서 인간에게 영감을 주시리라 확신합니다. … 우리는 지금 이용할 수 있는 이런 시설과 저 멀리 지평선에 있는 시설 사이에서 시대의 필요와 상황에 따라 서로 대화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신앙: 종교의 정수”, 성도의 벗, 1982년 4월호, 4쪽)

현재 우리는 인공위성보다는 1981년 당시 “저 멀리 지평선에” 있다 상용화된 인터넷과 반도체 및 통신 기술을 통해 교회의 메시지를 스테이크 센터가 아니라, 시간과 관계없이 손바닥에 있는 모바일 기기에서 듣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지금과 같이 장기화하고 있는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서도 인터넷을 기반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인터넷은 해저 케이블을 통해 전 세계를 연결한다. 2015년에 작성된 아래의 인포그래픽을 살펴보면 대륙 사이의 해저에 케이블이 얼마나 촘촘히 연결되어 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4


주:

1. 피터 휘트머 농가에서 송신된 중계 화면을 여기서 시청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igBKPPxzac&ab_channel=LDSChurchHistory

2. “온 세상이 개종될 때” 영문 기사를 여기서 볼 수 있다.
https://www.churchofjesuschrist.org/study/ensign/1974/10/when-the-world-will-be-converted?lang=eng

3. 지역 대표 세미나 말씀을 재구성한 동영상을 아래서 시청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6LvHsUvcv4&ab_channel=manaen1lds

4. 해저 케이블 연결망 인포그래픽
https://submarine-cable-map-2015.telegeography.com/

사진출처

1. 페이에트에 설치된 위성 송신기, 성도의 벗, 1980년 11월호, 141쪽

2. 청주스테이크 센터와 수신기 (글쓴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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