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25

“주는 길을 예비하시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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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스테이크 김단이 자매

처음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를 알게 된 것은 8년 전이다. 큰아이의 학교에 책 읽기 봉사를 하러 갔다가 아이 친구의 엄마를 알게 되었다. 우리는 언니, 동생으로 점점 가깝게 지내게 되었으며, 자주 만나 시간을 보냈다. 그 언니는 자신이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에 다닌다고 했다. 언니는 교회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했다. 언니의 개종 이야기와 선교 사업 이야기 등을 들을 때면 언니의 행복함이 전해져 듣는 나도 즐거웠다. 언니는 교회의 음악회, 핼러윈 행사, 침례식 등 다양한 모임에 나를 초대했고, 교회에 다시 가고 싶을 정도로 좋은 느낌을 받았다. 종교 없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해왔지만, 언니가 다니는 교회에 관해서는 관심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7년 정도 지난 무렵, 교회 침례식에 또 한 번 초대받았다. 나도 알고 지내던 가족의 딸이 침례를 받는 날이었다. 침례식은 오직 한 소녀를 위한 날로, 많은 이의 사랑으로 가득했다. “이 가족은 종교에 관심이 없었는데… 어떤 점이 이 가족을 교회로 이끌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침례식 후, 특별한 일정이 없었던 나는 뒤이어 진행된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다. 모임의 주제는 ‘선교 사업’이었으며, 비회원이 할 만한 질문에 대답해 보는 상황극이 진행되었다. 모르는 내용이 많아 어색하게 앉아 있던 차에 나는 “하나님은 어떤 존재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질문에 멍해졌다. “하나님은 힘들 때 의지가 되는 분입니다.”라고 대답하면서도 그 답에 확신이 없었다. 그때 한 자매님께서 “그분은 우리의 아버지이고 나를, 우리를 기억하고 계십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순간 그 말이 나의 마음을 크게 울렸다. 그 간단한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갑작스레 눈물이 쏟아졌다. 처음 보는 분들 앞에서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그분들과 복음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일을 계기로 나는 선교사님과 복음 토론을 시작했고, 성찬식에 참석했으며, 몰몬경을 읽게 되었다. 선택 의지, 구원의 계획, 선지자 등에 대해 배웠고, 회복된 복음이 옳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침례를 결심하기까지 몇 가지 걱정거리가 있었다. 우선, 나는 하루에 커피를 3잔씩 마실 정도로 커피를 좋아했기 때문에 지혜의 말씀을 잘 지킬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또한, 가족의 반대도 큰 걱정이었다.

이러한 걱정을 하던 중에 니파이전서 9장 6절을 읽었다. “주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아시는도다. … 그는 사람의 자녀들 가운데서 그의 모든 일을 성취하시기 위하여 길을 예비하시나니, 그는 그의 모든 말씀을 이루실 모든 권능을 가지셨음이라.” 이 구절 속 ‘예비’라는 두 글자가 형광펜을 칠한 듯 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이 구절을 깊이 생각했으며, “주님께서 나를 기억하시고, 사랑하셔서 오랜 시간 동안 친구들을 통해 나의 길을 예비하고 계셨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날 모임에서 들었던 “하나님 아버지는 우리를 기억하고 계시다”는 말의 참뜻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여러 걱정거리에도 불구하고 나는 침례를 결심했다.

하지만 침례 당일, 생각지도 못한 또 다른 걱정이 생겼다. 나는 깊은 물에 대한 공포가 있는데, 침례탕의 물이 생각보다 깊게 느껴져 갑자기 두려움이 엄습했다. 침례탕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주변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나는 “괜찮아, 괜찮아.”라고 되뇌며 물 안으로 들어갔다. 걱정과 두려움을 안고 침례를 받는 순간, 이를 밀어내는 듯한 따뜻한 기운이 나를 포근하게 감싸주었다. 무엇을 걱정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행복했고, 깨끗해진 느낌이었다.

나의 걱정과는 달리, 침례 후 신기하게도 커피 생각은 전혀 나지 않았고 아쉬움도 없었다. 가족은 나의 신앙생활을 지지해줬을 뿐만 아니라 몇 달 뒤, 자녀들도 차례로 침례를 받게 되었다. 교회는 좋지만, 침례는 받고 싶지 않다던 큰아이는 이제 성전을 그리워하고 세미나리에 열심히 참여한다. 작은아이는 가요보다 찬송가를 더 자주 흥얼거린다. 주님께서 나의 작은 걱정과 불안마저 다 알고 이해하시며, 나를 도와줄 방편을 예비해 두셨음을 안다.

물론 교회에 다니면서 삶의 시련과 걱정거리들이 다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주님과 의논하면서 내 삶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아가는 중이다. 무엇보다도, 앞으로도 주님께서 나의 길을 ‘예비’하시리라는 사실을 알기에 나의 마음은 더없이 편안하며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