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17

성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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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왼쪽 위부터 오른쪽 아래로: 영등포 와드 합창단의 노래 영상 캡쳐 화면, 성찬을 위한 빵과 물의 자료 사진(L2쪽 인천2 와드 내용 참고), 마장을 청소하는 밀양 지부 회원들의 모습, 류재춘 형제를 위한 반찬 만들기 대회의 출품된 반찬들, 신권 축복을 하는 밀양 지부 형제들의 모습.

코로나 사태에서도, 성신의 인도에 따른 성역 방식의 변화들

예수께서는 산상수훈을 가르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진실로 다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중의 두 사람이 땅에서 합심하여 …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그들 중에 있느니라.(마태복음 18:20)” 코로나19 감염병으로 물리적으로 “모이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에게 성역을 베푸는 교회 회원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어떤 어려움이 닥치든 이 약속이 변함없을 것이라는 희망과 확신을 준다. 성역은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는 구주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후기 성도의 삶의 방식이다. 서로를 전혀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방법으로 구주의 이름으로 모여 성역을 베푼 영등포 와드 회원들의 이야기도 이러한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하나의 사례이다.

영등포 와드에는 코로나19 이전에 매주 모여서 연습을 해오던 합창단이 있다. 현재는 이렇게 모여서 합창을 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지난 2020년 4월 연차 대회를 통해 영등포 와드의 합창단의 노래가 전 세계에 방송되는가 하면 십이사도 정원회의 울리세스 소아레스 장로가 2019년 방한했을 때 특별 합창을 담당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최근에, 그 누구보다도 열성적으로 참여해온 합창단원 한 명이 암 투병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항암 치료를 위해 그녀는 가족의 면회마저 제한되는 중환자실과 무균실에서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해야 했다. 장로정원회 회장 손종천 형제는 “자매님이 대학병원 무균실에서 온라인 성찬식에 힘겹게 참여하고 계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드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여러 회원의 아이디어와 영감이 모이게 되었습니다. 찬송을 사랑했던 자매님을 위해 온라인 합창을 함께 녹음해 전하기로 했고, ‘누군가 너를 위해 기도하네’라는 노래가 선택되었습니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손 형제의 가족이 반주와 성부별 멜로디를 녹음해 공유했고, 회원들은 아기를 키우거나 직장 등으로 바쁘게 생활하는 중에도 틈틈이 연습한 후 기도하는 마음으로 노래를 녹음했다.

합창 녹음에 참여한 최진현 자매는 “한두 번 녹음해서 보내려 했는데, 노래하면 할수록 ‘누군가 너를 위해 기도’한다는 가사가 마음에 와닿아, 진심을 담아 열 번 넘게 부르고 녹음했습니다. 연습 자료를 보내주고, 녹음 파일을 모아 하나로 만드는 등 많은 분들이 성역을 베풀었습니다. 그들의 사랑과 모범을 따라 저 역시 성역에 더욱 앞장서겠다고 결심했습니다.”라고 전했다.

합창에 참여한 30여 명의 목소리가 모여 아름다운 화음이 완성되었다. 마치 한 장소에 모여 함께 노래한 듯, 각각의 목소리와 마음이 하나로 어우러졌다. 병상에 있던 합창 단원은 회원들의 진심이 담긴 노래를 듣고 위안의 눈물을 흘렸다.

손 형제는 이번 성역 활동을 계기로 깨달은 바를 나누었다. “도움을 주고자 관심을 가지고 힘을 합하면 분명 도울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서로 배려하며 하나가 되어 참여하는 동안 참여하시는 분들도 하나님께서 주시는 평안을 강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가 부족하지만 성역을 통해 위로가 필요한 분께 하나님의 사랑과 구주의 위안이 전해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한두 번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베푸는 성역

서울 서 스테이크 인천2 와드의 김오 형제는 작년 12월 중순부터 올해 5월 말까지 온라인 안식일 모임이 진행되는 기간에 성역 대상자의 가정을 매주 방문하여 성찬을 축복하고 전달했다. 김 형제는 “올해 비대면 모임이 장기화되자, 가정에서 성찬을 취할 수 없는 자매님 한 분께서 와드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평의회에서 논의 후에, 성역 담당자인 제가 자매님의 가정을 방문하여 성찬을 축복하고 전달하도록 임무 지명을 받았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김오 형제는 매주 일요일마다, 온라인 모임이 끝나면 안식일 복장을 갖춰 입은 채 근처 성역 대상자인 강정순 자매의 집을 방문했다. 성찬을 취하기를 원하는 또 다른 자매도 참석했다. 세 사람 모두 마스크를 쓰고 비닐장갑을 낀 채로, 성찬 의식이 집행되었다.

강 자매는 “김 형제님 덕분에 아주 오랜만에 성찬을 취했을 때, 왈칵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그동안 혼자 성찬 축복문을 읽을 때도 눈물이 났지만, 성찬을 직접 취하니 더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사랑으로 봉사해 주시는 김오 형제님께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전한다.

김 형제는 지금까지 6개월 이상 매주 성실하게 성역을 베풀었다. 작년 초에도 한 달간 축복이 된 성찬을 전달하는 봉사를 했으며, 현재 수도권 거리두기 단계 격상에 따라 이 성역 활동을 재개할 예정이다. “과거에 아프거나 특별한 사정이 있어 성찬을 취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성찬을 전달해 본 적이 있습니다. 한두 번은 괜찮지만, 매주 한 시간의 시간을 들여 지속적으로 성찬을 축복하고 전달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것이 성역 담당자로서 해야 할 의무라고 생각하니 힘들지 않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성역은 ‘이웃을 사랑하라’는 주님의 계명을 실천하기에 가장 훌륭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머리를 맞대며 구하는 영감 어린 성역 아이디어들

창원 스테이크 밀양 지부 평의회에서는 성역을 위해 합심하고 영감을 구한다. 최근 병원에서 퇴원한 연세 지긋하신 한 명의 회원을 위해 지부 회원들은 평의회에서 논의하여 성역 활동을 준비했다. 회복 중인 류재춘 형제를 보살피기 위해 준비한 활동은 ‘류재춘 형제님을 위한 (온라인) 반찬 만들기 대회’였다. 회원 모두가 줌으로 자신의 주방을 비추며 류 형제를 떠올리며 즐겁게 요리했다. 요리한 반찬을 보내면서, 회원들은 더불어 각자 응원의 말을 영상 편지로 촬영하여 고3 청녀인 박예린 자매에게 보냈고, 박 자매는 이를 모아 하나의 영상으로 완성했다. “제가 지닌 재능과 기술로 봉사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부족한 영상임에도 형제님께서 좋아하셨다는 말씀을 듣고 뿌듯하고 행복했습니다. 앞으로도 저의 재능, 기술, 시간으로 봉사하고 싶습니다.”

지부 회장인 이종현 회장은 “줌을 통해 본 요리하는 회원들의 모습은 복음 안에서 기쁨으로 행하며 진정으로 하나 된 모습이었습니다. 코로나19가 결코 하나님의 사업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평의회에서처럼, 성역자들은 동반자와의 협의를 통해서도 영감받은 성역을 실천하고 있다. 창원 스테이크 고등평의원 서문수 형제는 이따금 밀양 지부의 성역 활동을 지원하는데, 그는 동반자 한기현 형제와 함께 어떤 방식으로 성역을 베풀어야 할지 고민했다. 문자나 전화를 하거나 방문하여 우정을 쌓는 것으로는 부족한 느낌이었다. 성역 대상자인 밀양 지부의 어떤 부부는 직업과는 별도로 소규모의 ‘마장(馬場, 말을 매어 두거나 놓아 기르는 곳)’도 운영하는데, 서 형제와 한 형제는 마장에 방문하여 잠시 둘만의 평의회를 열고 어떤 성역을 행할 수 있을지 상의했다.

“마방(馬房, 마구간)을 청소하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으나, 마방은 말의 배설물 등으로 둘이서 청소하기엔 좀 벅찬 상태였다. 그때 이들의 머리에 떠오른 사람이 있었다. 코로나19 감염병 사태 이후로 교회에 뜸해진 장영기 형제였다. 황금 같은 주말에 갑자기 마장 청소를 도와 달라고 요청하기 망설여졌으나, 장영기 형제의 답변은 의외로 간단명료했다. 기꺼이 오겠다는 것. 장 형제가 함께했던 이 날의 성역은 서 형제와 한 형제의 작은 평의회가 가져온 축복이었다.

한기현 형제는 이렇게 전한다. “성역에 있어서, 회원들이 영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현세적인 부분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회원들의 어려움을 도울 수 있어서 기쁩니다. 그리고 함께 참여해달라는 요청에 기꺼이 와 주신 장 형제님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 같이 함께할 때 봉사가 더 쉬워진다는 것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