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과연 교회에 어울리는 사람일까?”

물음표

청주 스테이크 양창희 형제

나의 아내는 지난 2018년 3월에 침례를 받고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 회원이 되었다. 아내는 개종 후 마음의 평안을 얻었으며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였다. 나는 그저 즐겁게 신앙생활을 하는 아내의 장단에 맞추기 위해 함께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교회의 가르침이나 개종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가족과 함께 교회에 다니길 몇 개월이 지난 후, 아내는 침례받을 준비를 하라며 선교사들을 매주 집으로 초대하기 시작했고 나는 얼떨결에 복음 토론을 듣게 됐다. 교회에 대한 선입견이나 부정적인 인식은 없었지만 믿음을 강요받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침례를 받으면 앞으로 황금 같은 주말 시간이 완전히 없어진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복음 토론을 이어가던 어느 날, 나는 아내에게 “종교를 강요하는 것은 잘못”되었으며 “앞으로 교회에 나가지 않겠다”고 내 뜻을 전했다. 그러자 아내의 얼굴엔 실망한 빛이 역력했다. 그날 이후로 아내는 밥을 입에 대지 않았으며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우리는 영원한 가정을 이루지 못한다”며 크게 낙심했다.

부부간의 대화가 단절된 지 이틀째 되던 날 저녁, 나는 답답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몹시 초조해졌다. 그때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 늦은 시간에 울린 종소리에 현관문을 열고 나가보니 뜻밖에도 두 명의 선교사가 서 있었다. 그들은 “늦은 시간에 약속도 없이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오늘 꼭 형제님 댁을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우리가 도움이 될 만한 일이 없습니까?”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을 위한 짧은 메시지를 나누고 떠났다. 선교사들의 방문에 나는 하나님께서 나를 놓지 않고 사랑하고 계신다는 강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천사들이 우리 가족을 위로하고자 방문한 것만 같았다.

그날 이후 마음이 부드러워진 나는 다시금 교회 모임에 나가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스스로 불청객이라고 여겼다. 교회란 마치 완벽한 사람들만 다닐 수 있는 곳처럼 느껴졌다. 나는 학창 시절에는 친구들을 괴롭히기도 했었고 그동안 착하게 살지도 않았다. 이런 내가 이 선한 공간에 선한‘척’하며 교회에 앉아있는 것이 과연 맞는 걸까? 내가 교회에 어울리는 사람일까?

나의 마음이 갈팡질팡하는 동안 아내는 포기하지 않았다. “경전을 읽지 않을 거면 듣기라도 하라”며 매일 소리 내어 경전을 읽기 시작했다. 나는 “조용히 좀 읽으라”며 타박을 하면서도 언뜻 읽어본 적 있는 구절이 들리면 반갑기도 했다. 그렇게 아내의 노력으로 우리 가정의 분위기는 더욱 변해갔다. 주말 아침마다 들리던 대중가요 음악 소리는 어느새 찬송가 피아노 소리로 바뀌었고 10분이면 끝나곤 했던 가정의 밤은 20분, 30분으로 늘어가며 우리 가족은 서로 더 많은 이야기꽃을 피우게 되었다. 나는 점점 교회에 나가는 날이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2018년 9월 29일은 첫째 딸이 침례를 받는 날이었다. 공연히 가슴이 뭉클하고 벅찼다. 딸이 침례의 물가로 들어서자 예수님이 두 팔을 크게 벌리고 그 품 안에서 사랑스러운 두 딸이 맘껏 뛰노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내 눈에는 눈물이 계속해서 흘렀다. ‘이 세상 어느 곳에 딸들을 위한 이보다 안전한 울타리가 있을까?’

이러한 강한 영적인 느낌과 경험을 통해 나는 점차 침례 성약을 위해 준비되어 갔다. 주님과 성약을 맺겠노라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몇 주가 흐른 어느 날, 가장 친한 친구가 추락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온몸이 망가진 채 세상을 떠난 친구를 보고 나는 충격과 슬픔에 사로잡혔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큰 슬픔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때 문득 한 자매 선교사가 들려준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

“우리는 죽게 되면 영의 세계라는 곳에 가며 후에는 ‘본래의 완전한’ 몸으로 부활합니다.”(앨마서 11:43 참조)

그 말이 떠오르자 나를 옥죄던 슬픔이 사라지고 마음이 희망으로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교회 회원이 되어 영의 세계로 간 친구를 위해 대리 침례를 받겠노라 결심했다. 2019년 2월 23일 마침내 나는 침례를 통해 주님과 성약을 맺었다. 내가 침례의 물가로 들어서자 이번에는 내가 예수님의 두 손을 맞잡고 그 속에서 두 딸이 마음껏 뛰어노는 모습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졌다.

이제 나는 성전에 들어가 친구를 위한 대리 침례를 받기 위해 준비 중이다. 충실히 복음 안에서 생활하고 조금씩 영적으로 성장하여 언젠가는 아내와 부부선교사로서 주님의 왕국을 위해 봉사하는 도구가 되고 싶다. 한없이 부족한 나의 두 손을 끝까지 잡아 준 사랑하는 아내와 하나님 아버지의 “친절하신 자비”에 감사드린다. (니파이전서 1:20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