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위인과 같이 정결케 되어

Salt Lake Utah Temple

문미경 자매

누구나 으레 그렇겠지만 평상시 내 기도는 나와 내 가족을 위한 것이었다. 성전에서도 내가 진 무거운 짐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에 연연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으며 내 조상의 구원에만 열정을 쏟았다.

그러나 성전 봉사자로 부름받고 훈련을 받으면서 충만한 주님의 영을 느끼게 되었고 나의 모든 것이 달라졌다. 여호와께서는 모세를 명하여 “레위인을 데려다가 정결하게” 한 뒤 “여호와께 봉사하게 하기 위해” 바치도록 하셨다.(민수기 8:5~26). 나는 여호와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축복하고 구원하기 위해 레위인을 택하고 정결하게 했다는 민수기의 말씀에 이끌렸다. 그리고 성전 봉사자 역시 언제 어디서나 성전에 거하는 것처럼 행함으로써 레위인처럼 정결하게 되어야 하며 자신의 안위보다는 이스라엘 백성의 축복을 위한 간청을 드려야 한다는 영감을 얻었다.

부름을 받고 얼마 뒤 성전으로 가는 길에 나는 누군가를 도와야 할 일이 있음을 느꼈다. 해의 왕국실을 들어가면서부터 어느 자매님이 눈에 들어왔고 그녀를 꼭 안아주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 자매님은 모두가 떠나가고 시간이 흘러도 움직임 없이 간절히 기도에 집중했다. 기도를 마친 자매님이 나오자 나는 “자매님. 제가 자매님을 좀 안아드려도 될까요?”라며 말을 걸었다. 자매님은 다소 당황해 했지만 나는 그녀를 꼭 안아준 후에 마음에 떠오르는 음성을 그대로 전했다. “하나님 아버지께서 자매님의 모든 것을 아시고 이해하십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매님을 위해 속죄하셨으며 지금도 자매님을 염려하시고 사랑하세요.” 이 말을 들은 자매님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며 최근 자신이 처하게 된 힘든 상황을 들려주었다. 그리고 “오늘 자매님을 통해 하나님을 만나고 그분의 사랑을 보았어요.”라며 감사를 표했다. 나는 자매님의 이름을 묻고 그녀를 위해 하나님께 기도드리겠노라 약속했다. 그녀 역시 다른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약속했다. 진심 어린 사랑으로 서로 격려하며 헤어지던 순간 우리를 감싸 안아 준 하나님의 영은 아직도 나를 숙연하게 한다.

어느 금요일, 저녁 의식 후 성전 숙소에서 쉬던 중에 미국에서 잠시 고국으로 들어와 성전에 오랜 기간 머무르고 계신 자매님이 말을 걸어왔다. 그녀와 대화를 나누던 중에 자매님의 가족 역사 사업에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튿날 토요일, 집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나는 컴퓨터가 서툰 자매님을 위해 패밀리 서치 이용법을 가르쳐 주었으며 가족 역사 센터의 도움으로 족보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자매님의 족보를 가져가 5~7월의 바쁜 농사철이 지나면 족보 입력을 대신해 주겠노라 약속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안식일 모임을 마치고 귀가 후, 거실 소파에 놓아둔 족보가 유난히 눈에 띠었지만, 산더미처럼 기다리는 농장과 공장 일로 마음이 바빠 농사철이 지나면 족보 입력을 꼭 하겠노라 다짐했다. 그러나 월요일이 되어 나갈 채비를 하던 중 갑자기 날카로운 통증이 허리를 관통했고 그날부터 꼬박 일주일간 아무 일도 하지 못한 채 병원에 다니게 되었다.

통증으로 하루 온종일 누워 지내게 된 상태였지만 소파 위에 놓아두었던 족보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하나님 아버지의 뜻이라면 지금 족보 입력을 시작하겠습니다.”라고 기도드린 후 침대에 족보와 노트북을 두고 옆으로 돌아누운 채 입력을 시작했다. 병원을 다녀오는 시간 외에 누워 있는 모든 시간 동안, 심지어 통증으로 밤잠을 못 이룬 새벽녘에도 족보를 입력하고 자매님이 미국으로 돌아가서 받을 의식을 예약해 나갔다.

그 일주일의 시간 동안 족보의 한자는 아주 쉽게 읽혔고 나와 자매님의 조상이 연결되는 고리를 발견할 때에는 벅찬 희열에 통증도 잊곤 했다. 어느 정도의 작업을 마치고 자매님이 한국을 떠나기로 한 토요일이 되자 내 몸은 가벼워져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동안 가족 역사 사업에 참여하도록 열심히 독려해도 썩 내켜 하지 않던 자녀들은 아픈 엄마를 돕는다며 스스로 동참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잘 모르던 한자도 깨우치고 가족 역사 사업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되었다. 우리 집 거실에는 족보가 펼쳐져 있게 되었으며 집안을 울려대던 TV 소리는 자연스레 사라지고 찬송가가 쉴새 없이 흐르게 되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던 소망들이 나를 잊고 하나님의 자녀를 위해 봉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축복을 경험한 것이다.

성전 봉사는 주님께서 나를 도구 삼아 당신의 일을 하시도록 나 자신을 번제물로 내어 드리는 시간이다. 성전 봉사자는 성전을 찾는 이들을 위해 하나님께 간청 드리고 때로는 주님의 손길이 되어 그들에게 위로와 사랑을 전하는 자이다. 레위인과 같이 정결하게 되어 이스라엘 백성을 위한 나의 간청이 하늘에 온전히 상달되기를 소망한다.


나 또는 친구의 간증 제출 및 제보하기

리아호나 구독 신청 바로 가기